♧벗 하나 있었으면
마음 울적할 때
저녁 강물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...
날이 저무는데
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
내 그림자를 안고
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...
울리지 않는 악기처럼
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
벗 하나 있었으면...
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
벗 하나 있었으면...
오늘도 어제처럼
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
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
벗 하나 있었으면...
그와 함께라면 칠흙 속에서도 다시 먼길 갈 수 있는
벗 하나 있었으면...
- 도종환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