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.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. "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?" "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. "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? 왜 그런 거 있잖아요.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. "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? 아주 소설을 써라." 아내의 상상이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.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. "근데,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?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. 어미 닭이 병아리 감싸 듯 감싸 안고 가는 할아버지.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.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. "어머? 비가 오네. 여보, 빨리 솥뚜껑 닫아요."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습니다.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볼 생각이었습니다. 그런데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묵은 사진첩에 낡은 사진처럼 빛바래기 시작했습니다.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가 봅니다.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습니다.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보였습니다.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습니다.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.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, 큰 며느리가 “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”고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, 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답니다. 우리는 또 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."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.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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