**아름다운 이야기

** 하 산(下山) **

코코랑 나랑 2011. 12. 24. 09:16

 

 

 

 

 
 
 

 

      ** 하 산(下山) **
      
            詩 / 靑松 권규학
      
       
      
      산에 오르기 전엔
      앞을 가로막는 큰 산 앞에서
      가슴 답답한 중압감을 느끼지만
      일단 정상에 올라 산곡(山谷)을 밟고
     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보면
      저절로 그 향기에 취한다
      턱밑에 차오르는 호흡
     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풀잎
      구슬 같은 땀방울을 훔치며
      한 걸음 두 걸음 발걸음을 옮기면
      올라보지 않은 사람이야 감히
      오를 때의 그 기분을 알 수가 없다
      정상에도
      능선에도
      계곡에도
      발길 닿는 곳곳에 널려 있는
      채 살피지 못한 주변의 꽃과 나무들
      지천명(知天命)의 고갯길
      허겁지겁 헐레벌떡
      앞만 보고 달려온 발걸음
      밟고 지나온 산 아래의 경치를 보면
      새삼스레 삶의 회한을 떠올리게 된다
      이젠
      방치된 꽃과 나무를 챙겨야 할 때
      버려진 쓰레기와 이물질을 추스를 때
      지천명(知天命) 고지의 정상에서
      내리막길의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
      결코 오름길보다 쉽지 않을 
      하산(下山)길의 평안을 위하여.
  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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