**아름다운 이야기

★당신을 빌려 주세요

코코랑 나랑 2012. 3. 28. 09:15

 

 

 

 

 

 

★당신을 빌려 주세요

 

성영희

 

 

나 오늘 당신에게
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부탁하나 하겠습니다


하루만 당신을 빌려 주십시오
옛 애인들이 새기고 간 상흔이 남아 있어도 괜찮고

 

화르르 피었다가 질 꽃이
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도 상관없습니다

 

불 지른 듯 타는 단풍은 견디겠으나
무수히 쏟아지는 별빛을 감당키 어려운 까닭입니다


    그저 이 계절을
    지탱할 수 있다면 마음 없는 사랑도 허락하겠습니다

    당신도 낙엽이 떠다니는
    강가에 앉아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

     

    진저리나는 허무를 어쩌지 못하는 도피
    흘러서 초 저녁 달처럼 흘러서

     

    강물에 내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때
    조용히 나를 빠져나가도 좋습니다


    당신을 하루 빌려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775